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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ing

숲속의 도깨비

by 봉그림 2021. 8. 26.

2021년도 어김없이 딱 한 작품이다. 작업에 대한 게으름을 반성한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집에 발이 묶인 나의 두 왕자들이 건강하고 밝게 잘 자라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그만하면 되었다, 대견하다 나 자신을 다독인다. 지독하게 시간에 대한 자유를 갈망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서 작업의 아이디어를 얻는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나의 생각들이 얼마나 형식적이고 규범화 되어있는지, 사물을 보고 느끼는 방법들 또한 굳어있는지 깨닫게 된다. 아이들처럼 좀 더 자유롭고 말랑말랑해지길 원하고 노력한다. 

 

숲속의 도깨비, 2021

123x92 cm(세로x가로)

순지에 분채, 봉채

2021제 24회 김삿갓문화재 전국민화공모전 특선 수상작

 

 

 

작가노트:

너에게 도깨비를 보여주고 싶어서 함께 숲길을 걸었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푸르르고 생명력 가득하다. 너의 재잘거리는 소리는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와 함께 주술처럼 도깨비를 불렀다. 숲의 한가운데에서 호기심과 두려움이 가득한 두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우리는 그 숲의 도깨비를 만날 수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그의 머리는 여전히 푸릇한 풀냄새가 가득했고 동물들을 가슴에 안은 초록의 깊은 품도 예전과 똑같았다. 우리는 도깨비와 함께 힘껏 뒹굴며 여기저기 신비한 곳을 찾아 헤맸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심취했다. 숲속의 도깨비는 그렇게 우리와 한바탕 뛰어놀고 친구가 되어주었다. 시간이 지나도 그를 알아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은 절대 잃지 않기를 바라며 그날의 기억을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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